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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시리즈 후기

장태근
작성자
장태근
개발자. 명료한 생각이 명료한 글이 된다.
『듄 1-6 세트』(프랭크 허버트, 황금가지, 2021)
『듄 1-6 세트』(프랭크 허버트, 황금가지, 2021)

1. 왜 듄을 읽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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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 sana in corpore sano

2025년 연말, 현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메마른 사막처럼 느껴졌다. 시작도 두렵고, 멈추기도 불안한 상태였다.

진흙 속에서 듄:파트 3 개봉 소식을 접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안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자연스레 원작 소설에 손이 갔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이 듄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화려한 전투와 세력 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2. 듄의 가장 큰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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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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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는 단순한 미래가 아니다. 미래, 과거, 그리고 현재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는 현실의 위인이나 식습관, 종교적 구조가 그대로 등장한다. 그래서 낯섦보다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듄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 버틀레리안 지하드1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 AI가 중심이 되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처럼 다가왔다.

이 작품은 ‘미래를 상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라고 느꼈다.

2.2 영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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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은 익숙한 영웅 서사를 전혀 따르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은 쉽게 사라지고, 주인공이라 믿었던 존재조차 예외 없이 흔들린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영웅이라 믿을까?

듄은 영웅을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이라는 존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구원자로 믿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 듄을 위험성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3. 인상 깊었던 장면과 선택(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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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맟설 것이며 두려움이나 나를 통해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있으리라.

  • 코리노 가문을 대신해 폴 아트레이데스가 황제로 즉위하는 순간
  • 틀레이락스의 얼굴의 춤꾼과 던컨 아이다호 골라의 존재
  • 마일즈 태그가 극한을 고문을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장면

4. 이해되지 않았지만 의미 있다고 느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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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번식과 유전, 욕망을 다루는 방식은 낯설고 일부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하지만 읽을수록 단순한 설정이 아닌 ‘인간을 정의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듄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본능적인 부분까지 드러내어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5. 듄이 나에게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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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누군가를 따르려고 하는가?
  • 권력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향하는가?
  •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선택당하고 있는가?

6.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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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을 읽기 전에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현실이 버겁게 느껴졌고,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도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특히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하는 메시지는 책을 덮은 이후에도 남아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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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드빌 초가집 - 고흐
코르드빌 초가집 - 고흐

총 4,303쪽이라는 분량을 끝까지 읽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듄을 읽기 전에는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멀리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오히려 어떤 책 보다 깊은 위로와 질문을 남겼다. 이제는 다시, 나의 이야기를 펼칠 준비가 되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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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인류 스스로 자각하고, 극복하고자 벌어진 운동 ↩︎